어느 날 신뢰하는(농인이 신뢰하는 통역사라는 수식어에는 꽤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수어통역사로부터 연극 통역을 하고 있는데, 농인들이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는지 모니터링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지하철 1호선’ 연극은 무려 20여년 전이었으니 꽤 오래되었지요. 베리어프리라는 단어가 생소했었을 그 당시에 내가 그 연극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을 위한 영어와 한국어의 자막 제공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암튼, 수어통역이 제공되는 연극이 대체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 흔쾌히 수락하였고 당일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야’ 라는 제목의 연극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고자 검색을 해보았지만, 백상을 받았다는 내용이 외에는 기본 줄거리조차 쉽사리 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