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위로들

지나간 것은 잊혀지는 마음으로, 다가올 것은 스쳐가는 마음으로

잊혀지는 모든 것들의 총체 62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야' 연극 리뷰

어느 날 신뢰하는(농인이 신뢰하는 통역사라는 수식어에는 꽤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수어통역사로부터 연극 통역을 하고 있는데, 농인들이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는지 모니터링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지하철 1호선’ 연극은 무려 20여년 전이었으니 꽤 오래되었지요. 베리어프리라는 단어가 생소했었을 그 당시에 내가 그 연극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을 위한 영어와 한국어의 자막 제공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암튼, 수어통역이 제공되는 연극이 대체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 흔쾌히 수락하였고 당일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야’ 라는 제목의 연극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고자 검색을 해보았지만, 백상을 받았다는 내용이 외에는 기본 줄거리조차 쉽사리 알 ..

- Philosophy 2021.08.04

장애와 비극

권태기가 왔습니다. 교직을 14년 거치다보니, 애초에 품었던 지적호기심과 사명감이 정체되어감을 스스로가 느껴질 정도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가쁜 호흡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부여하고자 이번 여름 방학은 처음으로 아무런 연수나 계획을 잡지 않았습니다. 어쩔수 있나요. 나라에서 교수들에게만 부여하는 연구년의 특권을 말단 관직인 일개 교사는 스스로 찾아야 겠지요.(이 부분이 제일 아쉽습니다. 교사들에게도 연구년을 부여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방학 동안은 내가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 10여권을 구입해서 천천히 읽는 것으로 숨고르기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나름대로 책 안에서 발견한 시원한 물을 마시며 지친 육체 곳곳에 활력을 불어 넣기도 했고, 그것을 바..

- Philosophy 2021.07.17

'수어 시'의 발전을 위한 한국 농인의 관심이 필요하다

'좋은 시'는 그 자체로도 '좋은 노래'가 된다. 시가 가지는 운율이 노래에서 다루는 운율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넓게 접근하자면 시가 곧 노래이고, 노래가 곧 시가 되는 셈이다. 김소월시인의 '엄마야 누나야' 시는 한국 땅에 살고,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한국어 3음절 자연스러운 운율 구조특징에 따라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절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좀 더 쉽게 정리하자면, 좋은 노래가 되는 좋은 시의 조건은 그 나라 언어의 운율적 특징을 고란스히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논점을 그대로 '수어 시'와 '수화 노래'에 대입하자면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진다. 한국어 단어마다 수어단어를 일대일로 매치시켜 부르는 '수화노래'에 대해 일부 농인들이 반감 또는 ..

- Philosophy 2021.07.17

'수어 문학'이냐 '농문학'이냐

‘수어 문학’과 ‘농문학’의 개념과 명칭을 다룰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작품의 범주는 ‘농사회 구성원이 우리의 감정과 느낌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정의되어져야 한다. 간혹, ‘농인’이 ‘수어’로 쓴 작품’을 ‘수어 문학’ 또는 ‘농문학’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농사회의 한 부류인 난청인 또는 수어를 제1 언어로 하지 않는 농인의 작품을 도외시한 것이고, 다양한 언어로 기록된 작품의 성과를 제외한 관점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수어 문학’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수어’라는 언어로 우리 작품의 범주를 제한하자고 한다면 우리 농인들의 문학의 다양한 범주를 크게 축소시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문학(한국문학)의 범주를 이야기할 때 옛 상고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문’으로 쓰여 진 우리 조상들의 작품은..

- Philosophy 2021.07.17

농문화의 범주

시간이 없으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부터 들어갈께요. 자장면은 중국음식일까요, 한국음식일까요. 어느 대한민국 국민에게 물어봐도 거의 한국음식이라고 답할겁니다. 시원은 중국이지만,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 사람에 어울리는 맛으로 발전하면서 현지화된 한국음식이라는 거지요. 서적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한국음식문화 박물지’를 한 번 읽어 보세요. 이 책의 저자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무엇이 한국음식일까. 저자가 내세운 한국음식이라 할 수 있는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한국의 자연이 만들어낸 식재료’여야 하며 ‘한국 국민이 일상으로 먹는’ 음식이여야 한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했고 간다라 미술이라는 불교문화양식이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우리 한국 불교양식으로 발전시켰고, 그것을 인도불교가 ..

- Philosophy 2021.07.17

수어문학의 갈래

교과서 집필하다가 또 드는 고민.. 1. 수어문학의 갈래는 '구비문학'일까 '기록문학'일까? 수어로 전해져왔으니 구비문학일까? 현재에 이르러 영상기록장치가 개발되어 있고, 유튜브통해서 기록되어 전해져 내려 오니 기록문학일까. 2. 시의 형태상 갈래(정형시, 자유시, 산문시)와 내용상의 갈래(서정시, 서사시)의 기준을 수어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정형시와 자유시의 형태상 구분을 수어시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걸까? 시공간상에서 시연되는 수어시에서 어떻게 연과 행의 분류를 해야 하는걸까. 3. 시의 운율(외형율과 내재율)의 차이를 수어시에서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4. 시의 심상(청각적 심상)을 수어시에서 허용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5. 기존 사회에서 적용되어 왔던 문학갈래 기준을 모두 거부한채 수..

- Philosophy 202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