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에는 늘 그들이 쏟아 내놓은 말들로 장벽을 쌓는다. 말로 쌓은 장벽의 두께는 말들의 심연을 가늠할 수가 없고, 그 장벽의 높이는 말들의 깊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무의미한 말들로 쌓은 장벽은 마치 투명한 것처럼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여, 귀신조차 잡아내는 조요경마저도 짚어 낼 수가 없었다. 하얀 색 마스크는 장벽을 견고하게 하기 위한 회반죽처럼 철옹성의 위용을 찬란하게 빛내고 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서 차별받고 있는 것인가 아닌 것인가의 찰나의 고민은 선의를 가장한 차별과, 호의를 등에 업은 무시로 가득 찬 그들의 허다한 말들 사이에 파묻히기 일쑤다. 메마른 사막의 버석거리는 모래처럼 거뭇한 마음 사이로 스잔한 바람이 한바탕 스치운다. 간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