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위로들

지나간 것은 잊혀지는 마음으로, 다가올 것은 스쳐가는 마음으로

청각장애인 4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으로 지낸다는 것

이른 아침 눈을 비비며 뒤적대는 막내딸을 달래서 옷 입히고, 아침 식사도 거른 채 학교에 데려다 준 후, 막히는 출근길을 뚫어가며 겨우 지각을 면했다. 다행스런 한숨에는 식은땀이 묻어졌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교육부와 타 교원노조의 홈페이지를 들려 교육계 소식 및 동향을 파악해본다. 소수노조의 특성상 정보의 수합이 느릴 수밖에 없고 그 흐름을 놓치면 그만큼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번 단체교섭 과정에서 타 교원 소수노조는 정보를 놓쳐 교섭 자체를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뒤돌아보면 얼마 전 단체협약을 무사히 마친 우리 장교조는 정말 천운이 뒤따랐던 셈이다. 뉴스를 검색하고 있더니 카톡으로 정책실장이 연거푸 7월 20일(목) 장애인교원인사매뉴얼 관련 교육부 관계자와 회의 참석, 7월 21일(금), ..

- Philosophy 2023.07.11

철든다는 것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 풀자.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은 누구일까? 그야 철든 사람이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오신 분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다이어트 안하나? 간단하게 제 소개부터 하겠다. 혹자는 직업과 나이로 자신을 정의하던데, 저는 조금 다르게 소개하고 싶다. 나는 웃을 때 안재욱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기서 눈치챘겠지만 왕자병 증세가 조금 있다. 동시에 낯가림이 심하다. 그래서 100여명이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된다. 그런 제가 좋아하는 취미는 사진이다. 가만히 찍으면 되니까. 저는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깨달은 것이 ‘덜어 냄의 미학’이다.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잡다한 이것 저것을 넣는 것이..

- Philosophy 2021.07.17

혐오의 언어와 경계

최근 제가 좋아하던 사이트에서 ‘벙어리’라는 어휘가 유머의 껍데기 형식으로 조소 섞인 댓글 속에 넘칠 거리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화석처럼 건조하게 굳었던 마음이 불처럼 넘실 춤출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득하게 먼 시절부터 입과 입 사이에 전해 내려 온 ‘벙어리’에 대한 직접적인 분노보다 그 어휘의 뒤에서 숨어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욕’과 ‘혐오’라는 녀석 때문입니다 ‘혐오’가 무엇이냐는 불분명한 전선의 고착화가 빚어온 작금의 실재가 서글픕니다. 그 논리는 세월호 가족에 대한 그것과, 다문화 가족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그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종교적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아니라 ‘혐오’가 ‘혐오’ 아닌 척하며 가식적인 교묘한 말로 사회적 약자를 잔인하게 ..

- Philosophy 2021.07.17

소리는 무엇일까?

한낱 ‘광활’이라는 어휘로 감히 규정지을 수 없는 모든 것들의 총체가 ‘절대적인 무’의 틀 안에서 혼조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훗날 과학자들이 ‘빅뱅’이라고 일컫는 폭발이 있었습니다. 그 폭발로 인해 ‘수소’와 ‘헬륨’의 잉태물을 내 보내며 ‘큰 소리’를 냈는데 이를 성경에서는 창세기 1장에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라고 표현하고, 과학자들은 원자들의 진동에서 태초의 소리를 찾습니다. 분명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세계는 빛(쿼크 입자 충돌)보다 소리(원자의 고유 진동수)가 먼저 있었다는 겁니다. 원자들의 진동(주파수)을 음파를 통해 전달할 기체가 우주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암튼 진동(주파수, 진폭, 위상)이라는 소리의 본질 그 자체는 태초부터 지금까지도 우주에서 장엄하게 울러 펴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

- Philosophy 202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