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어 문학’과 ‘농문학’의 개념과 명칭을 다룰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작품의 범주는 ‘농사회 구성원이 우리의 감정과 느낌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정의되어져야 한다. 간혹, ‘농인’이 ‘수어’로 쓴 작품’을 ‘수어 문학’ 또는 ‘농문학’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농사회의 한 부류인 난청인 또는 수어를 제1 언어로 하지 않는 농인의 작품을 도외시한 것이고, 다양한 언어로 기록된 작품의 성과를 제외한 관점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 ‘수어 문학’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수어’라는 언어로 우리 작품의 범주를 제한하자고 한다면 우리 농인들의 문학의 다양한 범주를 크게 축소시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문학(한국문학)의 범주를 이야기할 때 옛 상고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문’으로 쓰여 진 우리 조상들의 작품은 우리 문학이 아니라고 우를 범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수어 문학’이라는 명칭에서보듯이 ‘언어’의 기준으로 작품의 경계를 한정짓기보다는 ‘농문학’으로 명칭을 통일하고, 작품의 내용으로 문학의 범주를 구분짓는 것이 농인의 ‘문학’ 범주를 포괄하는 범위가 넓어지게 될 것이다.
- 논의를 좀 더 확장해보자면 첫째, 작품을 만드는 주체가 ‘농문학’의 범주의 잣대가 될 수 없다. ‘수어 문학, 농문학’의 범주에서 ‘농인’이 만든 작품이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농인’ 범주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답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농사회’의 구성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한국어를 쓰는 농인은 농사회 구성원인가? 아닌가? 수어를 제 1언어로 쓰는 청인(코다)은 농사회 구성원인가 아닌가? 한국어를 쓰는 농인이 쓴 작품과 수어를 제 1언어로 쓰는 청인(코다)의 작품을 ‘수어 문학’ 또는 ‘농문학’이라고 인정을 할것인가? 이러한 사실 한 가지만 놓고 보아도 ‘수어 문학’ 또는 ‘농문학’은 ‘농인’ 이 쓴 작품으로 국한되는 문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둘째. ‘수어로 만든 작품’의 내용의 의미에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농문학의 범주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 ‘언어’인데, 먼저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농인이 한국어로 작품을 썼다면 그건 ‘농문학’인가 아닌가? 또한 수어로 만든 문학은 아니지만 청각장애인이 청각장애의 정체성에 대해 쓴 작품이라면 우리 문학인가에 대해 질문은 어떤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부분 사람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 즉, 수어로 쓰지는 않았지만 한국어로 청각장애인이 청각장애의 감정과 사상, 정체성에 대해 썼다면 이것 또한 엄연히 ‘농문학’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한국어(텍스트)로 쓰였지만 작가가 우리 농인을 독자로 상정했는지, 작품의 내용이 우리 농인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하는 것을 근거로 우리 농문학에 편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 이처럼 농문학의 범주는 명확하지 않고, 상대적이며 가변적이다. 농문학의 범주는 시공간적인 차원은 물론이거니와 국적, 언어, 독자, 주제 등 그 어느 부분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쉽게 합의할 수는 없지만, 농문학의 범주는 최대한으로 열려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언급한 공간, 시간, 사람, 언어, 주제 등의 모든 요소에서 조금이라도 농문화와 관련이 있다면 농문학의 범주에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농사회 구성원이 만든 수어 작품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국문학 연구자들이 많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수어문학 또는 농문학의 범주는 계속 확장되고 의미는 심화될 것이다.
- 이상의 논의를 갈무리하자면 농문학은 농사회 구성원이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형상화한 작품 모두를 의미한다. 어느 언어로 썼는가와 우리 농사회 구성원이 누구인가의 문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점차 넓혀 나가야 할 우리들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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