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위로들

지나간 것은 잊혀지는 마음으로, 다가올 것은 스쳐가는 마음으로

- Philosophy

수어문학의 갈래

굴레를 벗어나 2021. 7. 17. 19:20

교과서 집필하다가 또 드는 고민..

1. 수어문학의 갈래는 '구비문학'일까 '기록문학'일까? 수어로 전해져왔으니 구비문학일까? 현재에 이르러 영상기록장치가 개발되어 있고, 유튜브통해서 기록되어 전해져 내려 오니 기록문학일까.

2. 시의 형태상 갈래(정형시, 자유시, 산문시)와 내용상의 갈래(서정시, 서사시)의 기준을 수어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정형시와 자유시의 형태상 구분을 수어시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걸까? 시공간상에서 시연되는 수어시에서 어떻게 연과 행의 분류를 해야 하는걸까.

3. 시의 운율(외형율과 내재율)의 차이를 수어시에서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4. 시의 심상(청각적 심상)을 수어시에서 허용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5. 기존 사회에서 적용되어 왔던 문학갈래 기준을 모두 거부한채 수어문학에 맞는 별도의 갈래를 만들어야 하는걸까. 아니면 기존의 갈래를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걸까. 일례로 음운론의 이론적 틀을 수어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던가.

어떤 문화가 끝까지 살아남을까? 끝까지 순수성을 유지한 문화일까? 변화에 유연한 문화일까? 농문화의 순수성만 강조하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끊임없이 타문화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틀을 찾아보려 노력하는 농문화가 살아남을까? 문화의 순수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문화적 고립주의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순수성을 어디까지 추구해야 하며 그것을 허용해야 하는걸까?

2. 순수한 단일문화 혹은 순수한 농문화가 과연 존재할까? 한국문화에서도 수많은 몽골문화, 일본문화, 중국문화, 인도문화, 더 나아가 서양문화의 잔재가 엿보이는데.. 물론 그 가운데는 배척된 외부문화도 있지만 한국문화 속으로 수용된 것들도 얼마나 많지 않는가? 농문화속에는 청문화의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3. 농문화(시각중심)가 청문화(소리중심)에게 영향만 받았을까? 반대로 농문화가 청문화에게 영향을 준 사례는 없는걸까?

4. 학자 또는 농사회관찰자 및 농사회비평가들의 정체성에 따라 농사회을 분석할 때 달라지는 결과에 대해서도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부정적 정체성을 가진 관찰자와 긍정적 정체성을 가진 관찰자의 동일한 사회에 대한 비평의 결과를 어디까지 수용하고 받아들어야 할까? 객관주의적 문화비평이 과연 가능할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떠한 구성주의적 문화비평을 가지고 농문화를 분석해야 할까?

5. 보이지 않는 문화(암묵적 관습같은..)와 보이는 문화(예술작품 같은..)를 살필 때 문화를 탐구하는 자세는 동일해야 할까? 달라야 할까?

6. 문화적 상대주의 관점에서 ‘청문화’와 ‘농문화’를 비교하고 구분 짓는 일이 과연 타당한 걸까?

7. 문화적 차이가 과연 절대적인걸까? 상황에 따라 가변적, 또는 가치관계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농문화와 청문화가 과거에는 서로 달랐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이 오늘날에는 서로 똑같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그럼, 앞으로는 어떤 부분들이 달라지고 똑같아 지게 될까?

8. 농문화와 청문화의 사이에 있는 접경지대에서의 문화 모습은 거부해야 할까? 농문화의 개념은 한편으로 고전적 규범에 따라 이루어진 것도 포함하되, 과거에는 배제되었거나 혹은 주변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들도 포함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9. 각종 스마트기기 및 의사소통보완수단이 개발되어 지는 미래에서 ‘수어’와 ‘농문화’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가 될까? 그 변화의 흐름이 ‘인공와우’처럼 농인의 정체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발전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흐름을 우리가 거부할 수 있을 성질의 것인가? 아니면 농인의 정체성을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이 될까?

10. 해방이전의 농인(몰입정체성)과 현재 농인(몰입정체성)의 정체성은 서로 똑같을까? 다를까? 시대에 따라 많은 정의의 틀과 범위가 달라지는 것처럼, 농인의 정체성 또한 달라지지 않을까?

11. 과거에는 ‘수어시’조차 농문학으로 인정이 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농문학’으로 인정되는 것처럼 앞으로는 어떤 문화장르가 제일 먼저 농문화에 포섭이 될까? 또한 어떤 문화장르 및 농생활양식이 제일 먼저 사라지거나 나타나게 될까? 만약 사라지게 된다면 농인의 관심사의 변화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일까? 스마트시대의 도래 때문이 될까?

12. 과거 60~80년대 농사회의 화두는 ‘수화와 구화’의 논쟁이였고 80~2000년대 농사회의 화두는 ‘정체성과 인공와우’의 논쟁이였다. 다음 시대에 나타난 논쟁은 무엇이 될까? ‘농인과 유전공학’일까?

13. 줄기세포연구의 발전으로 어떠한 후유증 없이 감기약처럼 청력 회복이 가능해진다면, 농인들은 그것을 받아들일까? 아니면 인공와우처럼 완강하게 거부할까? 수어는 그 때에도 살아남을까?

 

 

'- Philosoph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어 문학'이냐 '농문학'이냐  (0) 2021.07.17
농문화의 범주  (0) 2021.07.17
철든다는 것  (0) 2021.07.17
수어문학은 마임이 아니다  (0) 2021.07.17
혐오의 언어와 경계  (0) 202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