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위로들

지나간 것은 잊혀지는 마음으로, 다가올 것은 스쳐가는 마음으로

- Philosophy

소리는 무엇일까?

굴레를 벗어나 2021. 10. 7. 23:54

한낱 ‘광활’이라는 어휘로 감히 규정지을 수 없는 모든 것들의 총체가 ‘절대적인 무’의 틀 안에서 혼조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훗날 과학자들이 ‘빅뱅’이라고 일컫는 폭발이 있었습니다. 그 폭발로 인해 ‘수소’와 ‘헬륨’의 잉태물을 내 보내며 ‘큰 소리’를 냈는데 이를 성경에서는 창세기 1장에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라고 표현하고, 과학자들은 원자들의 진동에서 태초의 소리를 찾습니다. 분명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세계는 빛(쿼크 입자 충돌)보다 소리(원자의 고유 진동수)가 먼저 있었다는 겁니다.

원자들의 진동(주파수)을 음파를 통해 전달할 기체가 우주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암튼 진동(주파수, 진폭, 위상)이라는 소리의 본질 그 자체는 태초부터 지금까지도 우주에서 장엄하게 울러 펴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의 정의와 범위를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리는 그 자체가 ‘물리학’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진동’을 고막을 거쳐 와우세포를 통해 전자신호로 변환한 것을 우리의 뇌가 ‘해석’해서 ‘이해’한 것만 소리의 본질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소리는 ‘음색’이 전부가 아니라 ‘진동’그 자체입니다. 음색은 심리학의 영역이고, 소리의 물리학을 우리 뇌에서 해석한 심리학과 같이 다뤄야 제대로 된 소리의 진면목을 만나게 됩니다.

암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태초부터 존재하던 ‘소리’를 듣는 쪽으로 진화해왔습니다. 하다못해 밀도와 압력이 상당한 심해에 사는 물고기조차도 빛을 표착하는 시각을 퇴화시켰을지언정 절대 소리만은 진화의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밀도가 높으면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약 8배 정도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또한, 소리가 나면 물속에서는 공기보다 5배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소리의 방향과 세기와 정체를 파악하기에는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물 속은 공기와는 달리 어쩌면 단순하거나 어쩌면 복잡할 독특한 청력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통해 상어는 수백 미터 밖의 소리를 들을 있습니다.

하물며 박쥐는 소리와 관련된 감각기관을 극한까지 진화한 대표적 동물입니다. 1초의 백만 분의 1인 마이크로초 미만의 시간대에 일어나는 소리의 변화를 듣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인간의 뇌 작동 시간보다 훨씬 빠른데요. 초음파를 쏴서 되돌아오는 반사음을 듣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모양체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청각장애를 가진 제가 소리를 위해 감각을 극단적으로 진화시킨 동물의 능력 중 가장 경이로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회복과 지속’능력입니다. 알다시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향해 가며 신체의 노화 현상을 점차적으로 겪는데요. 청각장애는 달팽이관의 기저부에 있는 유모세포의 손실에서 비롯됩니다.

대다수의 포유류는 상실된 유모세포를 다시 재생하지 못하므로 장소론과 2n이론에 따라 고주파를 감지하는 능력부터 상실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나이가 들거나 청각장애인이 되면 고주파수음에 주로 해당하는 자음의 변별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조음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대체로 저주파수(모음)변별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고주파수(자음)의 변별이 안되므로, ‘아빠’를 ‘아바’식으로 발성하거나 ‘바다’를 ‘아마’식으로 변별하게 되는거죠.

암튼 세포의 노화와 손상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숙명입니다. 그러나, 박쥐와 개구리는 유모세포를 생애가 끝날 때까지 대부분 건강하게 유지하며 동시에 손상된 유모세포를 재생하는 능력까지 진화해나갔지요. 그런데, 대조적으로 손상된 시각 세포를 스스로 회복시키는 생명체는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청각을 극단적으로 진화시킨 것과 반대로 시각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피상적으로 시각이 청각보다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이 초당 3억 미터인 반면에 원자 시계의 세슘-133의 진동수(소리)는 초당 90억 번이니 단순히 따져도 빛이 소리보다 더 빠른 셈입니다.

그러나, 감각기관으로서 청각과 시각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각이 초당 25~50번의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에 소리(진동)는 초당 수백에서 수만 번(인간은 200~2만 번이나 진동하는 사건을 들을 수 있다)의 진동수를 유모세포에서 전기신호로 부호화하여 청각신경을 따라 달팽이핵으로 전달합니다. 즉 우리 몸은 놀랍게도 시각보다 청각의 정보를 더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진화되었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우리 인간은 수면을 할 때 시각을 포함하여 모든 감각기관을 잠재우지만, 그 순간에서도 청각은 항상 켜 놓습니다. 더구나 청각 시스템은 시각과는 달리 신속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소리의 정보를 해석해서 다른 감각기관을 동원해야 할지의 여부조차도 재빨리 판단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다른 감각(시각, 미각, 후각, 촉각, 균형감각 등)에 비해 청각만이 자극의 범위와 영역 면에서 제한이 없습니다. 시각은 양안 120도의 자극만 수용할 뿐이며, 256가지 이상의 색채를 변별하지 못합니다. 빛의 깜빡임(주파수)이 초당 50번을 넘어가면 인간은 인식하지 못합니다. 후각은 자극의 역치가 매우 높아야 인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청각은 24시간 켜져 있으며 주변의 상황에 따라 1킬로 밖의 소리까지 청취가 가능하지요.

이처럼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은 왜 시각보다 청각을 발전시켜왔을까요? 그 이유를 소리를 비롯한 ‘청각’의 정보가 생존의 유무에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에서 찾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렇게 중요한 ‘소리’를 느낄 있는 감각을 상실한 청각장애인은 과연 소리를 못느끼는 걸까요?

다음 영상에서는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