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거대한 비대칭'이라 명명하며 세상의 잔혹한 1번의 행위는 1만번의 친절한 행위로 상쇄될 것이다' 하고 했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1만번의 친절한 행위와 1번의 잔혹한 행위는 늘 서로 가리워져 쉽게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간혹 뉴스에 나오는 소름끼치는 사건을 보며 우리는 탄식과 멸망의 징조를 읊조리지만, 뉴스에 언급되지 않은 1만 번의 평범한 친절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오늘 아침에 어린이집에 딸을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어제 내린 눈들로 하얗게 변한 길 위에는 마치 태어나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서툰 걸음걸이가 펼쳐졌다.
나도 딸이 넘어질까봐 손을 잡아주면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어린이 집 근처에 이르렀을 때 딸 친구들도 등원하는 것을 보았다. 그 때 딸이 친구들에게 외쳤다. '친구야 걸을 때 조심해'
나는 친구에 대한 딸의 친절한 충고를 듣고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딸의 자그마한 친절은 마치 영웅적이지 않는 것처럼 스쳐지나 가고나 뉴스에는 전혀 언급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런 작은 친절의 놀라운 힘을 기억하고 귀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친절의 조용하지만 이 거대한 능력은 놀라운 전염성이 있다. 딸의 사소한 인사 1번이 다른 이들의 9999번 친절에 더해져서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그게 기적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친절할지어다. 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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