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든 일은 끝났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정말 뼈저리게 실감하는 3여년의 세월이었다. 교섭기간 내내 이어진 교육부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완고한 발언들은(장애인 교원에 대한 배려는 비장애인 교원에 대한 역차별 운운 등)은 내가 살아 오면서 겪어본 장애 차별의 개인적 차원을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이제 모든 일은 끝났다.
섬세한 촉수의 마디는 그런 부조리를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비틀어지고, 버석거리고, 사그라지기를 수십 번 반복하니 어느 새 나는 가족에게도 고함을 지르는 낯선 인간이 되어 있었다. 학교 동료 교사에게도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제 모든 일은 끝났다.
무엇으로 이룬 것인지 아득하여 알 수 없는 의미들을 겨우 명멸하는 희미한 빛줄기 삼아 더듬거리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기진해서 그만 놔버리고 싶은 강한 욕망은 늘 언제나 나를 괴롭혔다. 괴로운 잔을 이제 내게서 거둬가기를 간절한 바람은 마치 부질없듯이 느껴진 시간들로 계속 이어졌다.
이제 모든 일은 끝났다.
다시는 결코 걷고 싶지 않는 영원의 길에도 끝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생경했다. 우리가 이룬 모든 결실이 비록 '시작'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지라도, 이 기쁜 현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이어서 아연했다. 환희의 그 날이 다가올 수록, 그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가우리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라는 역설이 새삼스러웠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
그리고, 또 다시 시작이다.
장애인 교원 앞에 놓인 '실존적 딜레마'로부터 진정한 해방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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