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조 집행부의 임기가 이제 끝이 다가온다. 여태껏 지나 온 길에는 내세울만한 가시적인 성과나 자랑할 만한 일들로 꾸미고 싶은데, 그것은 얄팍한 욕심이었다. 살펴보니 조합원 앞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드는 일보다는 조합원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일이 명멸했고, 길이 기억하고 싶은 일보다는 뇌리에 지워버리고 싶은 부끄러운 일들이 자박자박하게 뇌리 속을 떠오르다가 사라졌다.
일이 많아 힘들어 하는 다른 집행부를 도와주기 보다는 내가 짜증을 내는 일이 더 많아서 부끄러웠다. 지지부진했던 교섭도 결국 끝맺음을 못한 채 다음 집행부에게 무거운 짐처럼 떠넘기게 되었다. 천둥벌거숭이마냥 아는 것도 없이, 의욕만 가지고 덤빈 나의 무모함과 고집 탓이었다.
지나고 보니, 임기 기간 동안 나를 괴롭힌 것은 '고통'이 아니라 '소망으로 덧칠한 욕망'이었다. 이루지 못할 무모하고도 아득한 갈망을 단호하게 끊어냈어야 할 날칼롭게 벼려진 칼로 오히려 내 마음을 난도질했다. 그래서 어리석었고, 어리석어서 매일같이 고통으로 인해 선연했다.
어쩌면, 가장 큰 고민이 유튜브 영상에서처럼 '식사 자리' 같은 얘기가 우리 장애인 교원들 실존의 문제였을텐데, 너무 경시했다. 삶과 주체는 분리될 수 없고, 인지와 자각은 함께 파악해야 하는데, 거창한 장애인 교원에 관한 정책 얘기에 나 스스로가 너무 매몰되었던걸까. 소소하지만 어찌 보면 정말 중요했던 주체성 상실 문제를 너무 가볍게 지나쳐 왔다.
천작해야겠다.
내년에는 글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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