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의 색이라는 것이 하얀 눈에 모두 스며들었다. 스며든 것은 슬퍼서 녹아내렸고 그 위를 다시 하얗게 스며든 것으로 뒤덮어졌다. 찰나에 사라지는 것과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깨 위에서 짧은 어색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어깨 위에 쌓인 무거움의 가벼움이 힘겹게 견디웁다. 털어냈다. 버스를 탔다. 침묵만이 가득한 이 비좁은 버스 공간에 인간 군상은 하나 같이 스마트 기기에 시선이 몰려 있다. 명멸하는 세상이 네모난 기기 안에서 빠르게 지나가는데, 버스 창문은 하얀 김이 서려 있어 바깥 세상이 빠르게 지나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내 몸 안을 흔드는 세상의 어지러움만이 세상이 내 곁을 지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었다. 멈추는 정거장마다 소멸된 소리가 연이어 나는데, 그 소리가 나에게 닿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