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위로들

지나간 것은 잊혀지는 마음으로, 다가올 것은 스쳐가는 마음으로

- Philosophy 50

'수어 시'의 발전을 위한 한국 농인의 관심이 필요하다

'좋은 시'는 그 자체로도 '좋은 노래'가 된다. 시가 가지는 운율이 노래에서 다루는 운율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넓게 접근하자면 시가 곧 노래이고, 노래가 곧 시가 되는 셈이다. 김소월시인의 '엄마야 누나야' 시는 한국 땅에 살고,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한국어 3음절 자연스러운 운율 구조특징에 따라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절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좀 더 쉽게 정리하자면, 좋은 노래가 되는 좋은 시의 조건은 그 나라 언어의 운율적 특징을 고란스히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논점을 그대로 '수어 시'와 '수화 노래'에 대입하자면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진다. 한국어 단어마다 수어단어를 일대일로 매치시켜 부르는 '수화노래'에 대해 일부 농인들이 반감 또는 ..

- Philosophy 2021.07.17

'수어 문학'이냐 '농문학'이냐

‘수어 문학’과 ‘농문학’의 개념과 명칭을 다룰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작품의 범주는 ‘농사회 구성원이 우리의 감정과 느낌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정의되어져야 한다. 간혹, ‘농인’이 ‘수어’로 쓴 작품’을 ‘수어 문학’ 또는 ‘농문학’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농사회의 한 부류인 난청인 또는 수어를 제1 언어로 하지 않는 농인의 작품을 도외시한 것이고, 다양한 언어로 기록된 작품의 성과를 제외한 관점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수어 문학’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수어’라는 언어로 우리 작품의 범주를 제한하자고 한다면 우리 농인들의 문학의 다양한 범주를 크게 축소시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문학(한국문학)의 범주를 이야기할 때 옛 상고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문’으로 쓰여 진 우리 조상들의 작품은..

- Philosophy 2021.07.17

농문화의 범주

시간이 없으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부터 들어갈께요. 자장면은 중국음식일까요, 한국음식일까요. 어느 대한민국 국민에게 물어봐도 거의 한국음식이라고 답할겁니다. 시원은 중국이지만,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 사람에 어울리는 맛으로 발전하면서 현지화된 한국음식이라는 거지요. 서적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한국음식문화 박물지’를 한 번 읽어 보세요. 이 책의 저자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무엇이 한국음식일까. 저자가 내세운 한국음식이라 할 수 있는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한국의 자연이 만들어낸 식재료’여야 하며 ‘한국 국민이 일상으로 먹는’ 음식이여야 한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했고 간다라 미술이라는 불교문화양식이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우리 한국 불교양식으로 발전시켰고, 그것을 인도불교가 ..

- Philosophy 2021.07.17

수어문학의 갈래

교과서 집필하다가 또 드는 고민.. 1. 수어문학의 갈래는 '구비문학'일까 '기록문학'일까? 수어로 전해져왔으니 구비문학일까? 현재에 이르러 영상기록장치가 개발되어 있고, 유튜브통해서 기록되어 전해져 내려 오니 기록문학일까. 2. 시의 형태상 갈래(정형시, 자유시, 산문시)와 내용상의 갈래(서정시, 서사시)의 기준을 수어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정형시와 자유시의 형태상 구분을 수어시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걸까? 시공간상에서 시연되는 수어시에서 어떻게 연과 행의 분류를 해야 하는걸까. 3. 시의 운율(외형율과 내재율)의 차이를 수어시에서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4. 시의 심상(청각적 심상)을 수어시에서 허용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5. 기존 사회에서 적용되어 왔던 문학갈래 기준을 모두 거부한채 수..

- Philosophy 2021.07.17

철든다는 것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 풀자.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은 누구일까? 그야 철든 사람이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오신 분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다이어트 안하나? 간단하게 제 소개부터 하겠다. 혹자는 직업과 나이로 자신을 정의하던데, 저는 조금 다르게 소개하고 싶다. 나는 웃을 때 안재욱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기서 눈치챘겠지만 왕자병 증세가 조금 있다. 동시에 낯가림이 심하다. 그래서 100여명이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된다. 그런 제가 좋아하는 취미는 사진이다. 가만히 찍으면 되니까. 저는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깨달은 것이 ‘덜어 냄의 미학’이다.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잡다한 이것 저것을 넣는 것이..

- Philosophy 2021.07.17

수어문학은 마임이 아니다

2년 전 수어 민들레에서 주관한 ‘수어문학’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짧은 지식에서는 한국에서 ‘수어 문학’에 대해 다루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안고 지켜보았지요.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저의 기대가 너무 컸었나봅니다. 저는 대학시절 ‘국어교육’을 부전공으로 했었습니다. 덕분에 ‘문예사조론’과 한국문학통사론‘, ‘문예창작’수업을 들으면서 ‘문어예술’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맛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비록 겉핧기 식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 고민하고 얻었던 예술에 대한 저의 결론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번 ‘수어 문학’에 대해 토론하거나 비평할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일단,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너무 광범위하니, 바꿔 물..

- Philosophy 2021.07.17

혐오의 언어와 경계

최근 제가 좋아하던 사이트에서 ‘벙어리’라는 어휘가 유머의 껍데기 형식으로 조소 섞인 댓글 속에 넘칠 거리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화석처럼 건조하게 굳었던 마음이 불처럼 넘실 춤출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득하게 먼 시절부터 입과 입 사이에 전해 내려 온 ‘벙어리’에 대한 직접적인 분노보다 그 어휘의 뒤에서 숨어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욕’과 ‘혐오’라는 녀석 때문입니다 ‘혐오’가 무엇이냐는 불분명한 전선의 고착화가 빚어온 작금의 실재가 서글픕니다. 그 논리는 세월호 가족에 대한 그것과, 다문화 가족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그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종교적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아니라 ‘혐오’가 ‘혐오’ 아닌 척하며 가식적인 교묘한 말로 사회적 약자를 잔인하게 ..

- Philosophy 2021.07.17

소리는 무엇일까?

한낱 ‘광활’이라는 어휘로 감히 규정지을 수 없는 모든 것들의 총체가 ‘절대적인 무’의 틀 안에서 혼조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훗날 과학자들이 ‘빅뱅’이라고 일컫는 폭발이 있었습니다. 그 폭발로 인해 ‘수소’와 ‘헬륨’의 잉태물을 내 보내며 ‘큰 소리’를 냈는데 이를 성경에서는 창세기 1장에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라고 표현하고, 과학자들은 원자들의 진동에서 태초의 소리를 찾습니다. 분명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세계는 빛(쿼크 입자 충돌)보다 소리(원자의 고유 진동수)가 먼저 있었다는 겁니다. 원자들의 진동(주파수)을 음파를 통해 전달할 기체가 우주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암튼 진동(주파수, 진폭, 위상)이라는 소리의 본질 그 자체는 태초부터 지금까지도 우주에서 장엄하게 울러 펴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

- Philosophy 2021.07.17

농교사가 바라보는 인공와우 수술

실존은 본질에 앞서서 온다. 혹은 당신이 다른 표현을 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주관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 사르트르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와우에 대한 농인의 반응은 매우 극단적으로 갈렸습니다. 드릴로 두개골 측면에 구멍을 뚫어 수신기를 와우관에 집어 넣는다는 상상만으로도 거부감과 함께 신체상의 큰 변화에 따라 잃어버릴지 모를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농사회에서 인공와우수술에 대한 큰 반발이 있었습니다. 또한, 인공와우에 대해 반대하는 농인들은 본인 동의도 없이 오로지 보호자의 의사에 의해 수술이 결정되는 것에 대해 더욱 집중적으로 격렬하게 비난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거의 2~3천만원이나 되는 인공수술에 대한 모든 경제적 부담이 오늘날에는 의료보험의 80%에 가까운 지..

- Philosophy 2021.07.17

장애인이 교단에 선다는 것

얼마 전 아는 사람으로부터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교사 임용시험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경우, 아주 심한 뇌병변 1급 장애인을 유치부 교사로 채용을 하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주 심한 언어장애와 하루 종일 전동휠체어를 타야 하는 뇌병변 장애인을 유치부 교사로 맞이해야 하는 유치원생과 학부모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질문이었지요. 실제로, 2014년 광주교육청에서 뇌병변 1급 장애인을 면접과정에서 최종 불합격 처리했었습니다. 언어를 배워야 하는 유치원 아이들이 심하게 어눌한 뇌병변 장애인 교사의 발음을 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지 부터 시작해서, 장애인 교사에게 신체적 배려를 해줘야 상황이 될 때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들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인지 등 수 많은 질문들이 그 날 집..

- Philosophy 202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