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4월 대구에서 태어났다. 치솟는 고열탓인지 첫 울음이 들린지 얼마되지 않은 조그마한 신생아의 뇌를 열어 염증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사 말에 그 당시 부모님은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 도리는 없었다. 아이가 곧 죽을테니 출생신고를 하지 말라는 주변의 얘기 때문인지, 내 생의 증명은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하지 않았기에 증명할 수 없는 존재를 친지들 입가에 증명하듯 옮겨졌다. 3개월 후 뒤이어 태어난 사촌 동생으로 인해 나의 생이 흔적없이 소멸되더라도 ‘형’으로서 죽어야 한다는 숙명으로 만들어진 서류상 나의 생일은 그래서 의미가 생겼고, 그래서 의미가 없었다. ‘청각장애’라는 진단명은 부모님이 홀로 감당해야 하였고, ‘외로움’이라는 숨겨진 증상은 내가 홀로 감당해야 하였다. 청각장애 학생에..